셋째 날, 지현이는 학회에 참석 중이니 나는 하루 종일 혼자 걷기로 했다.
바다쪽으로 가자.
Embarcadero를 따라 북쪽 부두까지 가보자.
비트족. 혹은 비트 세대. 1950년대 미국의 경제적 풍요 속에서 획일화, 동질화의 양상으로 개개인이 거대한 사회조직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항하여, 민속음악을 즐기며 산업화 이전시대의 전원생활, 인간정신에 대한 신뢰, 낙천주의적인 사고를 중요시하였던 사람들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EB%B9%84%ED%8A%B8_%EC%84%B8%EB%8C%80).
지금은 길 이름으로 남아있는 잭 케루악의 소설 "길 위에서"가 그들의 방랑벽과 태도를 잘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티라이트 서점은 그들의 문학적인 안식처였다.
나는 여기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The Last Question이 실린 단편집을 찾았다. 선 채로 다 읽었다.
잠시동안의 휴식을 끝내고 조금 더 길을 걸었다. 근처의 Hustler Club (그 성인잡지 허슬러의 주인인 래리 플린트의 그 허슬러 클럽이란다) 에서 일하는 남자가 담뱃불을 빌렸다.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인지 궁금해하더니 명함을 주고 클럽에 한 번 오라더군. 여자친구가 날 죽일거라고 했다. 사실은 돈이 얼마나 들지 걱정이었을 뿐이지만.
내가 머물던 호텔 건너편에는 술가게가 있었다. 며칠동안 맥주를 거기서 샀는데, 철망이 쳐진 가게 안에는 대니 트레호처럼 생긴 주인이 영화 캐릭터처럼 맨살에 가죽조끼를 입고 있고, 어딘가 스트립 클럽에서 일할 것같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신기한 곳이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온 술집 여자가 자기 개의 재주를 보여줬다. 친절하시네요.
지저분한 거리였다. 주차장 건물 앞에는 노숙자들이 예닐곱명씩 둘러앉아 있고, 벽에는 낙서들, 철망이 쳐진 가게들, 지치고 화난 사람들, 고향을 알 수 없는 사람들, 사람들. 하지만 내가 쳐다보면 다들 눈을 피하는 곳. 서로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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