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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첫 미국 여행 2: 샌 프란시스코

미국, 여행/2010년, 첫 미국

by 말대가리 2021. 9. 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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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지현이는 학회에 참석 중이니 나는 하루 종일 혼자 걷기로 했다.

약간 위험한 구역에 있는 재미난 호텔을 나와서
유니언 스퀘어 북쪽을 지나 빙글빙글
차이나타운 입구 근처에 있는 Bush 와 Grant Ave 모퉁이 스타벅스도 그냥 지나
샌 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걷다보니 트랜스아메리카 앞까지 왔네.





바다쪽으로 가자.

오전 안개에 뒤덮인 페리 빌딩이 왼쪽에 보인다.
성스러운 느낌마저 주는.
페리 빌딩 앞 the Embarcadero 거리가 약간씩 밝아진다.
안개는 조금씩 높아져간다. 아침이 끝난다.
여긴 아직이네.
뭐가 신기하십니까.
안개 속 다리만 드러낸 Bay Bridge.







안내책자에 나올 것 같은, 페리항에서 본 모습.






Embarcadero를 따라 북쪽 부두까지 가보자.

핵심 관광지인 Pier 39와 Fisherman's Wharf가 아니면 해안가도 대체로 한산하다.
곡선, 직선, 사선.
이제는 베이 브릿지도 완전히 드러났다. 오후의 시작이다.
어느새 39 부두에 도착. 안내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 여기 와 있는 녀석들은 다 수컷들 뿐. 아이들과 암컷들은 앞바다의 Farallon 섬 등지에서 지낸다고 한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앉은 곳. 저 새가 결국 감자튀김 하나 가져감.
Hyde Streeat Harbor까지 왔다. 여기서 Columbus Ave를 따라 동남쪽으로 간다.

비트족. 혹은 비트 세대. 1950년대 미국의 경제적 풍요 속에서 획일화, 동질화의 양상으로 개개인이 거대한 사회조직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항하여, 민속음악을 즐기며 산업화 이전시대의 전원생활, 인간정신에 대한 신뢰, 낙천주의적인 사고를 중요시하였던 사람들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EB%B9%84%ED%8A%B8_%EC%84%B8%EB%8C%80).

지금은 길 이름으로 남아있는 잭 케루악의 소설 "길 위에서"가 그들의 방랑벽과 태도를 잘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티라이트 서점은 그들의 문학적인 안식처였다.

나는 여기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The Last Question이 실린 단편집을 찾았다. 선 채로 다 읽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서점이다.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곳곳에 있다.






잠시동안의 휴식을 끝내고 조금 더 길을 걸었다. 근처의 Hustler Club (그 성인잡지 허슬러의 주인인 래리 플린트의 그 허슬러 클럽이란다) 에서 일하는 남자가 담뱃불을 빌렸다.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인지 궁금해하더니 명함을 주고 클럽에 한 번 오라더군. 여자친구가 날 죽일거라고 했다. 사실은 돈이 얼마나 들지 걱정이었을 뿐이지만.

그러고보니 밤이 오고 있는 것.

내가 머물던 호텔 건너편에는 술가게가 있었다. 며칠동안 맥주를 거기서 샀는데, 철망이 쳐진 가게 안에는 대니 트레호처럼 생긴 주인이 영화 캐릭터처럼 맨살에 가죽조끼를 입고 있고, 어딘가 스트립 클럽에서 일할 것같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신기한 곳이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온 술집 여자가 자기 개의 재주를 보여줬다. 친절하시네요.




지저분한 거리였다. 주차장 건물 앞에는 노숙자들이 예닐곱명씩 둘러앉아 있고, 벽에는 낙서들, 철망이 쳐진 가게들, 지치고 화난 사람들, 고향을 알 수 없는 사람들, 사람들. 하지만 내가 쳐다보면 다들 눈을 피하는 곳. 서로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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